

제노기어스(Xenogears, ゼノギアス)는 그 이름도 유명한 '스퀘어'에서 1998년 2월 11일(영문판은 같은 해 10월 20일) 플레이스테이션으로 출시한 게임입니다. 지금의 스퀘어는 2003년에 에닉스와 합병하여 스퀘어 에닉스(Square Enix)가 되었지만, 저 당시 스퀘어는 그야말로 절정기였습니다. 특히 그 전해인 1997년에는 지금도 많은 이들에게 각인된 파이널 판타지 7(Final Fantasy VII, 이하 FF7)을 출시하여 그야말로 전세계 게이머들에게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습니다. 이제는 많이 알려진 사실중 하나로 원래 이 게임은 FF7의 여러 원안중 하나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이 게임을 해 보면 전투도 박진감 넘치고 등장인물들도 매력적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놈의 스토리가 너무 난해해서 막상 엔딩까지 보고 나서도 뭐가 뭔지 모르는 경우가 많이 나타났습니다. 그래도 흥행은 꽤 했는지 당시에는 100만장에 조금 미치지 못하는 약 90만장 정도가 팔렸답니다. 사실 이 정도만 돼도 웬만한 게임이라면 충분히 후속작을 기대할 수 있었겠지만, 그 당시 스퀘어는 FF7로 한껏 위상이 높아져 있었으니 겨우(?) 이 정도 실적으로는 성에 안 차서 후속작 계획은 일단 중지되었습니다.
사실 엄밀히 말하면 이 게임은 미완성작입니다. 이 게임은 CD 2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후반부인 디스크 2를 플레이하면 게임 장르가 갑자기 롤플레잉에서 비주얼 노벨로 바뀌는 희한한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이 게임에 대한 회사의 기대나 지원이 어느 정도로 낮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어쨌든 게임 자체의 재미가 있는 데다가 스토리가 꽤 농밀하고 나름 반전도 있어 지금에 와서는 명작으로 추앙받고 있습니다. 실제로 일본뿐 아니라 외국에서도 이 게임의 리메이크를 요구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합니다. 기록을 찾아보면 영문판으로는 불과 20만장 정도만 팔렸는데도 열혈팬들이 많은 모양인지 인터넷에 적지 않은 자료가 있습니다. 이 게임의 총괄을 맡았던 타카하시 테츠야(高橋 哲哉)라는 사람도 어찌 보면 대단한 것이 파이널 판타지를 능가하는 프랜차이즈를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스퀘어를 퇴사한 이후에 모노리스 소프트(MONOLITH SOFT, モノリスソフト)라는 회사를 만들었습니다. 그 이후로 제노사가 시리즈, 제노블레이드 시리즈를 잇달아 출시해서 어느 정도는 자신의 의지를 실현하고 있는 중입니다.
이 게임이 출시된지 어언 25년 가까이 지났습니다. 필자는 그 당시 게임기가 없어서 그냥 게임 잡지만 사서 간접적으로나마 게임을 즐기곤 했습니다. 당시 게임 잡지에서 공략한 내용을 봐도 뭐가뭔지 모를 정도로 스토리가 난해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서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지내다가 최근 고전 게임을 하고 싶어서 고르던 중 이 게임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중고 물량이 많이 남아도는지 구매대행 웹사이트를 뒤지다 보면 불과 1,000엔도 안 되는 가격에 구할 수 있습니다. 어찌어찌 엔딩까지는 봤는데, 한번 이 게임에 대해서 다른 사람들에게도 소개해 보고 싶어서 공략을 작성해 보았습니다. 혹시 공략을 보고 여전히 뭔소린지 모르겠는 분들은 위키피디아나 팬덤에 잘 소개가 되어 있으니, 본 공략으로 일단 감을 잡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참고로 이 게임을 해 보려는 분들께는 일본판과 영문판 중에 적합한 것을 고르라고 조언을 하고 싶습니다. 일단 기본이 되는 일본판의 경우 워낙 고유명사와 일본식 조어가 많이 나오는 탓에 원래 단어가 뭔지를 알고 싶으면 영문판을 해 봐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고 영문판으로 하다보면 단어의 어감이나 본래 뜻이 훼손되는 경우가 꽤 나타납니다. 단적으로 주역들의 이름만 봐도 일본식 발음과 영문 표기 사이에 괴리가 심한 경우가 많이 나옵니다. 다만 일본판이나 영문판이나 언어적인 부분을 빼면 게임 내용에 있어서는 차이가 없으니 용어에 주의하면서 즐기면 됩니다.

전술했듯이 이 게임은 여러 상징이 많이 나오고, 고유명사도 툭하면 등장하는 데다가, 등장인물들 간에 대사량도 장난이 아니라서 모든 스토리를 완벽히 이해하기가 상당히 어렵습니다. 그래서 필자가 공략을 작성함에 있어서, 누구든 간에 이 공략을 보면 어쨌든 엔딩까지 갈 수 있도록 만들어 보았습니다. 또한 대강의 줄거리를 이해할 수 있도록 주요 대사를 싣는 것에도 힘을 기울였습니다. 무엇보다도 저말고 많은 분들이 위키피디아나 팬덤 등에 이 게임에 대한 소개와 해석을 많이 올려 놓았습니다. 그러니 일단 이 공략을 한번 보시고 더 이해하고 싶으면 그런 분들의 글도 읽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1998년 당시 많은 게이머들의 지지를 받던 게임잡지 '게임 라인(Game Line)'에서 이 게임의 공략후기에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습니다. "이 게임의 내용을 100% 이해했으면 눈물을 흘리며 다시 플레이를 할 것이요, 75% 이해했으면 코끝이 찡할 것이며, 50% 이해했으면 감동이 올 것이고, 25% 이해했으면 애니가 멋있다고 볼 것이요, 이해를 전혀 못했으면 보컬이 좋아서라도 게임을 끄지 못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여기에 사족을 붙여서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이 게임은 많이 한다고 100% 이해가 되는 것이 아니라, 많이 알고 해야 100% 이해가 된다."
어쨌든 "죽기 전에 꼭 해야 할 비디오 게임 1001개(1001 Video Games You Must Play Before You Die)"라는 책에도 등재되어 있는 게임이니 충분히 그만한 가치가 있는 게임이라고 결론을 내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