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 추악한 과거
게임을 재개하면 이번엔 시탄이 독백을 시작합니다.
신이라고 여겨진 성간 전략 병기인 데우스는 눈을 뜨고, 그 방주인 메르카바는 기동했습니다.
데우스는 그 부품이 되도록 정해진 변이한 인간을 차례로 흡수했습니다. 그리고 변이하지 않은 자들은 언젠가 위협이 될것으로 여기고, 문명을 근절하기 위해 활동을 개시했습니다.
지상은 메르카바에서 태어난 '천사(아이온, the -Seraph- angels)'라는 병기들에 의해 유린되고 있었습니다.
한편 각성한 데우스의 뒤를 쫓느라 소식이 끊겼던 페이는 원래 메르카바가 있던 장소에서 벨톨과 함께 발견되었습니다.
페이의 귀환을 기뻐하던 사람들은 원인불명의 가사상태가 된 페이를 발견했습니다. 페이의 의식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페이, 아니 이드의 힘을 두려워한 쉬바트의 사람들은 부득이하게 페이에게 '카보나이트 동결'을 행했습니다.
이에 시탄은 제파 여왕에게 쉬바트 사람들이 왜 그리 페이를 무서워하는지 묻습니다.
제파 여왕은 자신들이 저지른 과거의 잘못을 덮으려하기 때문이라며 과거의 일을 털어놓습니다.
500년전 쉬바트는 솔라리스로부터 독립하기 위해 전쟁을 일으켰습니다.
하지만 '권력욕' 때문에 일이 틀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전란의 와중에 사람들의 의지는 쉬바트가 아니라...
니산의 교모 소피아에게로 집중되고 있었습니다. 그러자 이러한 현상을 탐탁치 않게 여기던 쉬바트의 장로회의에서는 솔라리스와 모종의 거래를 맺었습니다.
솔라리스, 정확히는 가젤 법원은 뒤에서 실권을 쥐고 있던 여성, 즉 미앙과는 반목하고 있었습니다.
니산에 모인 사람들의 힘이 더이상 커지는 것을 두려워한 가젤 법원은 반목하던 미앙을 쉬바트에 넘기고, 지상을 분할통치하기로 쉬바트와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그대신 쉬바트 측에서는 니산에 모인 반란군과 그 의지처가 된 소피아를 넘기기로 하였습니다.
쉬바트의 중진 세력들은 그 제안을 받아들이고...
솔라리스와의 최종결전지를 그 장소로 선택했습니다.
쉬바트는 그 싸움에 가담하지는 않았지만...
솔라리스의 대군세에 막힌 니산의 반란군은 퇴로를 끊기고 별 도리없이 죽임을 당했습니다.
그 현장에는 라칸, 로니(바트의 선조), 제파 여왕, 그리고 카렐렌이 있었습니다.
이들은 사방이 적으로 둘러싸인 채 죽음을 각오했습니다.
그때 반란군의 기함에 탑승한 소피아는 모두의 퇴로를 열기 위해 스스로를 희생해서...
적의 주력전함을 노리고 특공을 걸었습니다.
소피아는 모두를 구하기 위해 한몸을 바쳐 산화합니다. 하지만 살아남은 이들의 운명은 이 순간부터 뒤틀리기 시작합니다.
니산의 승병장이자 소피아를 따르던 카렐렌은 불러도 응답하지 않는 신에 대한 신앙에 절망하고, 스스로의 손으로 신을 만들겠다며 자취를 감췄습니다.
라칸은 소피아의 죽음 앞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한 자신의 무력함을 깨닫고 전승의 힘(伝承の力, Legendary Power)을 추구했습니다.
신이 잠든 땅 '마하논', 지혜의 원천 '라지엘',
신의 지혜로 창조된 '아니마의 그릇', 그 이외에 또하나의 전승이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조하르'.
미앙이 말했던 에텔의 근원인 동력로, '사상 변이 기관'의 이름이기도 합니다.
운명지어진 자에게만 보인다는 궁극의 힘이자 세계의 근원인 힘이 존재하는 장소.
인간이라는 존재에 절망한 라칸은 그것을 찾아 다녔습니다.
그리고... 라칸은 그라프가 되어 세계를 붕괴시켰습니다.
(라칸이 어떻게 힘을 얻었는지는 아래에 나옵니다.)
결국 이 모든 것은 그 당시의 인간이 가진 권력욕에서 비롯된 비극입니다. 그것을 막을 수 없었던 쉬바트 사람들에게도 일정 부분은 책임이 있습니다.
그라프와 동질의 힘을 가진 페이를 보고, 쉬바트 사람들은 자신들의 악업 그 자체를 봉인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지금은 그라프이고 일찍이 라칸이었던 남자가 추구한 '조하르의 힘'. 이제는 그라프와 동질의 힘을 가진 페이. 이제는 페이가 라칸처럼 힘에 눈뜨지 않을까하는 예감이 현실이 되려고 합니다.
(페이의 마음 속으로 화면이 전환됩니다. 그간의 기억이 페이의 머리속으로 흐릅니다.)
(페이는 자기와 똑같은 또다른 존재가 있는 것에 의아해 합니다.)
페이 : 너는?
(그런데 지금까지 간혹 등장했던 페이의 또다른 인격인 어떤 꼬마가 등장합니다.)
※ 이제는 이 꼬마가 '이드'의 인격임을 다 알 테니, 지금부터는 이드라고 칭하겠습니다.
이드 : "지금껏 너를 조금 얕봤나 보네. 모의인격인 너에게 설마하니 네명째가 만들어지다니 말이야."
이드 : "그녀석은 아무것도 느끼지 않아. 자아의 껍질에 갇혀 있지."
이드 : "다가오는 사실과 직시하고 싶지 않은 진실"
이드 : "그것들을 두려워한 너는 외부로부터 완전히 회피하고 싶어했지."
이드 : "그리고 네명째의 인격을 형성했어. 네명째의 페이. 이름은... 뭐 아무래도 좋아."
이드 : 지금, 무대에 서 있는 것은 이녀석이야. 이녀석이 우리들의 몸을 장악하고 있어.
이드 : (네번째의 인격을 데리고 어디론가 가면서) 열쇠는 이녀석이 가지고 있어. 그것을 사용할 뿐이야.
이드 : 나에게는, 가지 않으면 안되는 곳이 있어.
(다시 화면이 바뀌고 옛날, 정확히는 약 500여년 전에 있었던 비극이 좀더 자세히 나옵니다.)
(라칸, 카렐렌, 바트의 선조인 로니(Roni), 로니의 동생인 레네(Rene) 등이 모여서 모처럼 대화를 나눕니다.)
로니 : 뭐, 먹어 둬. 요즘에는 이런 거, 잘 구할 수 없잖아?
로니 : 뭐, 이것도, 내 장사꾼 소질로 가능한 기술이려나.
라칸 : 소피아가 어째서 초상화를 그리는 것을 승낙했는지 이유를 모르겠어.
레네 : 소피아라면 너(라칸)와 어린 시절 알고 지냈다던 니산의 교모 말이야?
(이렇게 보면 로니의 동생인 레네도 꽤 매력적인 인물인데 어른의 사정으로 잘려나간 것이 아쉽습니다.)
라칸 : 그냥 어렸을 때, 우리 집 근처의 수도원에 소피아가 요양하러 왔을 때, 얼굴 정도만 알게 되었을 뿐이야.
라칸 : 소피아는 몸이 약했거든.
라칸 : 소피아는, 교단을 위해서라지만, 스스로가 상징이 되는 것은 원하지 않는 사람이야.
라칸 : 그런데도, 그림을 그릴 사람이 나로 정해진 것을 듣고는 선뜻 승낙한 것 같아. 그것이 잘 납득이 안 되서...
로니 : 그런 거야. 여자의 마음이라는 것은... 그렇지, 카렐렌?
카렐렌 : 뭐, 그렇지...
(이후 과거 니산에서의 회상이 시작됩니다.)
카렐렌 : 마음을 진정시키는 데에는 독서가 최고라고 하더군.
카렐렌 : 그렇게 소피아님에게 권유받아서 시작했지만, 최근에는 지식을 습득하는 것에 푹 빠졌어.
카렐렌 : 멜키올 스승님께 빌려온 자료로 공부하고 있지.
카렐렌 : 분자공학...나노 테크놀로지. 특히 고대에 멸망했다는 제보임 문명의 유적에서 발견된 서적들로 공부하고 있어.
에리 : 여기에 매일 틀어 박혀 있는 것 같던데. 무슨 일 있어?
(혹시 기억하십니까? '소피아'라는 이름은 니산의 교모로서 주어진 이름이고, 원래 이름은 '에리'입니다.)
에리 : 무리하는 건 좋지 않아. 잠시 쉬는 건 어떨까. 카렐렌한테 보내달라고 하면...
카렐렌 : 이래봬도 과거에는 꽤 억척스럽게 살던 때도 있었지.
카렐렌 : 손대는 것마다 물고 늘어져서 주위에서는 날 두려워 했어. 동료들조차 그랬지. 나에게 겁먹은 듯한 시선 속에서 살아 왔어.
카렐렌 : 하지만 소피아만큼은 나를 무서워하지 않았다. 소피아는 오히려 웃어 주었다. 평온함이라는 것...
카렐렌 : 나에게 그것을 가르쳐 주고, 느끼게 해 준 것도 소피아였다. 소피아는 나에게 인간으로서 삶의 나아갈 길을 가르쳐 주었다.
라칸 : 카렐렌인가...? 그림을...초상화를 그리는 것을 그만둘까 해서...
라칸 : 어차피 소피아도 곧 전쟁터에 서지 않으면 안 되잖아. 그래서...
라칸 : 난 소피아의 웃는 얼굴을 보는 것이 괴로워.
라칸 : 소피아에 비하면, 난 마음 속이 텅빈 존재야. 그림 그리는 것 외에는 아무 쓸모도 없는 그런 나...
카렐렌 : 넌 그저 도망치고 있을 뿐이야! 미소 짓는 소피아님의 그 눈빛을 견디지 못하는 거라고.
카렐렌 : 어째서냐! 나라면 그것을... 그 기분을...
로니 : 소피아가 평소에 우리들한테 보여주는 웃음과 이 그림 속의 소피아의 웃음과는 어딘가 다른 느낌이 드는 걸.
라칸 : 소피아는 사람들의 희망이고, 정신적 지주다. 이루지 않으면 안 될 것들이 잔뜩 있어.
레네 : 뭐야, 형. 이런 곳에 있었어?
제파 : 쉬바트의 장로회의에서 결정했습니다. 우리들은 내일 소이렌트로 출발합니다.
레네 : 그래. 게다가 소피아도 동행하게 됐어.
카렐렌 : 이렇게 난민이 늘어나는데, 소피아님이 니산에서 떠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도대체 장로회의는 무슨 생각이야.
제파 : 이것은 소피아 개인의 의지이기도 합니다. 소피아 스스로 원해서 나서는 것 같습니다.
레네 : 처음에는 우리들만 간다는 이야기인줄 알았지만...
카렐렌 : 우리들만...?
라칸 : ...
(소피아가 전쟁터에서 큰 부상을 입었습니다.)
카렐렌 : 뭐 하고 있는 거야? 라칸!
카렐렌 : 이제 됐어. 너한테 소피아님을 맡길 수 없어. 소피아는 내가 이 목숨과 바꿔서라도 지켜 보이겠어.
(참고로 옆에 있는 기어 '엘 레그루스(E・レグルス, EL-REGRS)'는 예전에 에리가 몰고 와서, 페이 일행을 구하기 위해 싸운 적이 있었습니다. 정작 본편에서는 한번도 쓸 수 없는 환상의 기어입니다. 물론 배틀링에서는 움직여 볼 수 있습니다.)
(소피아는 병실에 잠들어 있습니다.)
라칸 : 나는... 내 판단 착오 때문에 네가 이런 일을 당해 버렸어.
라칸 : 너의 눈동자를 보면 아무 말도 할 수 없게 돼 버려. 나는, 자신의 마음도 전할 수 없어...
(소피아, 아니 에리는 잠들어 있지 않았습니다.)
에리 : 라칸, 당신은 누군가를 다치게 하면 그것을 못 견디는 상냥한 사람인 것을 나는 알아.
에리 : 나는... 그런 당신이 좋아.
에리 : 나도 한명의 여자인 걸. 그 마음을 간직하기 위해서라면, 지금의 입장같은 거 버려도 좋다고 생각해.
에리 : 난 그저 소피아라는 상징을 연기하고 있을 뿐이야. 나는 나. 옛날하고 바뀐 게 없어. 겁이 많고, 울보이며, 자기 멋대로인... 그것이 나야.
에리 : 난 말이야, 라칸. 좀더 스스로에게 솔직한 인생을 살고 싶어. 좋아하는 사람한테는 좋아한다고 고백하고 싶어.
에리 : 거절당해도 상처입어도 상관없어. 그저 한번뿐인 인생인 걸. 나중에 후회하며 뒤돌아보는 일 같은 거 하고 싶지 않아...
카렐렌 : 이런 곳에서 끝날 것 같냐! 우리들은 저녀석들의 소유물이 아니야!
소피아 : 이것으로 모든 것을 끝내겠습니다. 이제 당신들이 싸울 필요는 없습니다.
소피아 : 그러니까 카렐렌...
소피아 : 부디, 주먹을 펴고, 활짝 편 손바닥으로, 이제부터 살아가는 사람들을 따뜻하게 감싸 안아 주세요.
(라칸은 소피아를 말리지만 이미 소피아가 타고 있는 전함은 폭발 직전입니다.)
소피아 : 고마워, 라칸... 하지만... 미안해... 지금의 나에게는 이렇게 하는 것 밖에...
(에리가 모는 전함은 솔라리스의 주력 전함으로 다가갑니다.)
소피아 : (라칸에게) 사람은 서로 부족한 것을 채워주며 살아 가... 그것이 행복이라는 것이니까...
소피아 : 그 행복을 나누어 줘... 그리고... 살아 줘! 라칸!
(솔라리스의 주력 전함과 에리의 전함은 정면으로 부딪쳐 서로 소멸합니다.)
카렐렌 : 우리들은 버려졌다. 녀석들은 자신들의 권위를 지키려고 소피아를...
카렐렌 : 「신은 죽었는가?」없는 건가? 그런 거 아예 처음부터 없었다는 것인가?
소피아 : 신을 향한 믿음... 그것은 밖에서 찾는 것이 아니라, 안에서 싹트는 것입니다...
카렐렌 : 하하하하... 그런 것인가... 좋겠지.
카렐렌 : 이 세상에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내가 이 손으로 만들어 주겠다!
카렐렌 : 소피아... 나에게 나아갈 길을 보여다오... 겉으로만 보이는 사랑따위는 부숴 주겠어...
(이 말을 남기고 카렐렌은 모두의 앞에서 사라집니다.)
로니 : 우리들은 생존자들을 모으겠다.
로니 : 개인으로 싸워서는 녀석들을 쓰러뜨릴 수 없다. 그러니 언젠가 녀석들에게 대항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서 그 때야 말로...
라칸 : 나는...
(라칸은 어찌해야할지 모르다가 일단 소피아의 그림 앞에 섭니다.)
(라칸이 그린 소피아의 초상화입니다.)
라칸 : ...에리!?
(라칸은 에리를 그리워하다가 에리의 환상까지 봅니다.)
(그런데 그 환상은 미앙으로 변합니다.)
미앙 : 힘만 있으면 도울 수 있었을 텐데.
미앙 : 원하고 있지? 누구에게도 꺾이지 않는 힘을.
미앙 : 되고 싶지? 절대적인 존재가...
라칸 : 저기에... 내가 찾는 것이...
(라칸은 자기가 찾아 헤매던 것이 있는 어딘가로 향합니다.)
라칸 : 아니야! 내가 원한 것은 이런 게 아니라고! 아니, 이것이야말로... 나 자신이 바라던 것이었다!
(※ 참고로 이때 라칸은 조하르와 접촉해서 힘을 얻게 되고, 자신의 기어 디아볼로스 또한 만들게 됩니다. 이후 세상과 사람에 절망하여 통곡하다 못해 일으킨 것이 붕괴의 날 - The Day of Collapse -입니다.)
(라칸에게 소피아가 마지막으로 남긴 '살아 달라'는 말이 떠오릅니다.)
한편 현실로 돌아와 누군가 페이 녀석이 잡혀있는 꼴을 보겠다며 나타납니다.
바로 '댄'이었습니다. 하지만 예전보다는 '댄'의 표정이나 말투가 많이 누그러져 있습니다.
그때 누군가가 '울고 있어'라고 말하며 나타납니다.
알고보니 시탄의 딸 '미도리'입니다.
미도리는 누군가가 화나 있으며 상처입은 상태라고 합니다.
이어서 그가 곧 눈을 뜰 텐데, 그녀석이 부르고 있다고 합니다.
동결 상태인 페이의 안에서 무언가가 빛을 발합니다.
페이는 최대한 의식을 차리고 댄과 미도리에게 빨리 도망치라고 합니다.
카보나이트 동결을 부숴버린 '이드'는 '조하르'를 찾아서 벨톨과 함께 날아가 버렸습니다. 동료들은 페이를 뒤쫓아 그 옛날 '조하르'가 떨어진 장소에 도달합니다.
거기서 그들이 본 것은...
이제 저장하고 일행을 구성할 기회가 왔습니다.
충분히 정비하고 이후를 계속하도록 하겠습니다.